2007년 4월 24일 화요일,
소집해제를 며칠 앞 둔 소지섭,
알토란같은 마지막 휴가를 누구와 보냈을까?

응? 왠 빨래?

누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거지?

이 아이는 누구?
해맑게 웃고 있는 사랑스러운 이 아이는
지난 해 교통사고를 당해
8세이지만 6세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된 영헌이다.

영헌이네 가족은 모두 여덟 명.
100일도 되기 전에 하늘나라로 간 동생들을 포함하면 사실은 10명이다.
언니 오빠들을 낳느라 몸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엄마는
당뇨로 한 쪽 시력마저 잃고
허리도 성하지 못해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다.

영천이 오빠는 일곱 달 만에 태어나
100일이 되던 해에 탈장으로 고환이 터질 뻔 했고
몇 년 전에는 교통사고로 죽을 뻔 했지만
간 40%, 폐 20%, 콩팥 20% 제거하는 수술을 거친 후
기적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소중한 마지막 휴가,
‘나들이’ 한번 가는 것이 소원인
영헌이 육남매에게 신나는 봄 소풍을 선물하려고
소지섭이 오게 된 것 !

빨로 꾹꾹 눌러 빤 보람이 있는 듯
누런색인지 흰색인지 분간이 어려웠던 이불이
제법 하얗게 되고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던 마당도
우와~ 깨끗해졌다.
자자~ 그러면 본격적으로 나들이 준비에 들어가 봅시다!

제일 처음할 일, 막내 영아 신발 신기기 !
“어떻게 하는거지? 신발 무지 조그맣다ㅋㅋ”

“에이~ 아저씨~ 잘 좀 해봐요~”

두 번째 할 일, 영헌이 공주님 전용 마차에 태우기 !

“너 밥 많이 먹었지? ㅋㅋ”
“이씽, 아니예요~~”
그 다음엔 영범이 외투 입히고,
나들이 가서 먹을 간식도 챙기고 …
헉! 나들이 준비로 바쁜 와중에
첫째 영민이 녀석이 소지섭에게 공포의 X침을 놓았다.

“너 일루와~ 부끄럽게스리 X침을 놓다니!”
“아아아~ 잘못했어요! ㅋㅋㅋ”

올챙이 같이 여기저기 쏙쏙 도망 다니는
영천이를 번쩍 안고
자자~ 나들이 장소로 출~바알~♬

분명 기상청 일기예보는 하루 종일 구름 낀 날씨일꺼라 했는데,
거짓말처럼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것을 보니,
히히, 하늘도 육남매의 나들이를 기뻐하나 보다.

아이고, 우리 영범이 무지 신났구나^^
놀이동산에 간다는 것도 아니고
비싼 장난감을 사준다는 것도 아닌데
그저 ‘소풍’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아이들,
조그마한 입이 귀에 쭈~욱 걸렸다!

“에헤헤~ 내가 해볼래요~ 내가~”
“으으응 … ”
평소에 풍선을 무서워했다는 소지섭.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은 마음에
두 손이 벌벌, 두 눈이 질끈 감겨도
끝까지 풍선을 배우고 ...
왕관과 칼 모양의 풍선을 제법 솜씨 좋게 만들어낸다.
그 모습에 모두가 감동 만빵 !

두둥! 이렇게 해서 완성된 풍선 모자!
영헌 공주님 왈, “나~ 예뻐요?”



퐁퐁퐁 재미난 비누방울 날리기에 열중

앗! 영민아~ 비누 방울 빨아 먹으면 안돼~~~ㅋㅋㅋ

개구쟁이 승헌이가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에구구, 콩! 넘어지고 말았다.
일으켜 주며 소지섭 하는 말,
“송승헌! 승헌아~ 조심해야지~ ㅋㅋ”
어느 승헌이한테 하는 말이오? ㅋㅋ

처음엔 소지섭 형이 인사 하면 도망가고
악수하자 그러면 싫다고 하더니
승원이 녀석,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형아 목에 폴짝 올라가 있고,

아이고, 영민이는 아예 형아 무릎에 누웠다, 누웠어 ㅋㅋ
“형~ 쪼끄만 아이들이랑 같이 놀아주려니까 피곤하다, 그쵸?”
“너도 쪼끄매~ 인석아~ㅋㅋ”

“이게 뭐야?”
“(헉, 반말을!) 종이 비행기~ 오빠가 영아 줄려고 접었어.”
“응? 죠이 비앵기?”
“응응, 종이 비행기^^”
“오빠랑 같이 날려보자~”

“자아, 누가 누가 멀리 날리나~
하나, 둘, 셋! 하면 날리는 거야~“
“하나, 두울, 세~”
헉, 이 녀석들, 벌써 날려버렸다 ㅋㅋ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응? 뭐라고 영민아?”
“고...맙...다구요.”
우리 모두 5초쯤 아무 말도 못했다.
쑥스러운 듯
들릴 듯 말 듯 작은 영민이의 목소리에
‘정말‘ 좋아하는 그 마음이 찐~하게 묻어나서
우리가 오히려 감동 받고 말았던 것이다.
모두가 행복한 봄,
어쩌면 그냥 그렇게 또 한 해의 봄을 보냈을 영헌이네에
소지섭이 선물한 ‘행복한 나들이’는
그냥 하루의 ‘소풍’이 아니라,
육남매의 기억 속에, 여섯 꼬맹이들의 추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희망찬 꿈을 선물한 ‘행복의 씨앗’이었으리라.
글. 굿네이버스 윤보애 간사 (boae@g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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